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수사하는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또 하나의 갈래를 열었습니다.
선관위 직원들의 '외유성 국외출장' 의혹입니다. 몰디브 대통령 선거 '참관', 피렌체·베네치아 '연수' —
고발장에 적힌 출장지들은 그 자체로 논쟁을 불렀습니다. 그런데 이 논란의 밑바닥에는 더 구조적인 질문이
있습니다. 선관위는 왜 그동안 출장 내역을 공개하지 않아도 됐는가. 이번 편은 수사 경과와 공개된 출장
내역이라는 사실, 그리고 '외유였는가'라는 아직 가려지지 않은 주장을 구분하면서, 헌법기관의 예산 집행을
누가 어떻게 들여다볼 수 있는지를 정리합니다.
정리일 2026년 7월 4일 · 모든 사실 주장에 출처 표기 · 제30편
이 글을 읽는 법. 확인된 사실(녹색)과 제기된 주장·제안·해석(주황)을 구분합니다.
'외유성이었는가', '횡령이 성립하는가'는 수사와 재판으로 가려질 문제이므로, 이 글은 어느 쪽으로도
결론을 내리지 않습니다. 관련자 모두에게 무죄추정 원칙이 적용됩니다.
확인된 사실 — 수사 경과·국회 제출 자료·공식 발언제안·쟁점 — 고발인 주장·반론 가능성·개선 제안
1. 수사는 어디까지 왔나
제29편까지 다뤄 온 합수본 수사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고의성'이 본류였습니다. 7월 들어 여기에
예산 유용 의혹이라는 별도의 갈래가 추가됐습니다.
✓ 확인된 사실 — 외유성 출장 의혹 수사 경과
고발(6월).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는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과 선관위 공무원들을
업무상 횡령 혐의로 수사기관에 고발했습니다. 고발장에는 2023년 9월 '몰디브 대통령 선거 참관' 등
4건의 국외출장에 8,680만 원 상당의 예산이 부적절하게 집행됐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고발인 조사(7월 2일). 합수본은 고발인인 최지우 국민의힘 미디어특위 법률단장을 불러
조사했습니다. 최 단장은 조사 후 "공무상 해외 출장 제도를 악용해 사적 관광·휴양 목적으로 국가
예산을 유용한 사건"이라며 "업무상 횡령이 당연히 성립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노태악 전 위원장 관련 고발 내용. 노 전 위원장이 2025년 11월 배우자와 함께 덴마크 등
국외출장을 다녀왔고, 출장보고서에 배우자 동행 사실을 기재하지 않았으며, 관련 예산 약 9,053만 원이
유용됐다는 의혹이 고발장에 포함됐습니다. 노 전 위원장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서는 이미
피의자로 입건된 상태입니다(제17편).
병행 수사. 합수본은 같은 시기 서울시·자치구 선관위 실무자들을 참고인으로 연이어 불러
투표 당일 보고·대응 경위도 조사하고 있어, 투표용지 사태와 출장 의혹이 병행 수사되는 구도입니다.
출장지. 이탈리아 피렌체·베네치아, 몰디브,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등 유명 관광·휴양지가
포함돼 있었고, 피렌체는 반복 출장지였습니다.
보고서 내용. 2022년 직원 10명의 이탈리아 출장 결과보고서에는 두오모 대성당, 우피치
미술관, 바티칸 방문 등 문화 탐방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몰디브 출장의 일정. 2023년 9월 직원 5명이 '몰디브 대선 참관' 명목으로 7박 9일 출장을
다녀왔고 경비 1,470만 원이 지출됐습니다. 공식 일정 중 오전에 선거운동을 참관하고 오후 일정은
'공식 만찬'뿐인 날이 있을 정도로 일정이 느슨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공개 경위. 선관위는 그간 헌법상 독립기관이라는 이유로 국외출장 예산과 세부 집행 내역을
공개하지 않아 왔으나, 투표용지 부족 사태 이후 검증 요구가 커지면서 관련 자료가 국회에 제출돼
공개됐습니다.
공개된 숫자와 일정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곧 범죄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여기서부터는 다툼의 영역입니다.
△ 제기된 주장과 반론 가능성 — 수사로 가려질 문제들
고발인 측 주장. 국민의힘 미디어특위는 문제의 출장들이 "선거 참관·연수를 명목으로 한
사적 관광"이며 업무상 횡령에 해당한다고 주장합니다. 이상휘 의원 등은 "혈세로 외유를 다녀왔다"며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했습니다.
반론 가능성 ①: 참관·교류 자체는 통상 활동. 해외 선거 참관과 선거기관 간 국제 교류는
각국 선거관리기구가 통상적으로 수행하는 업무이기도 합니다. 출장 자체의 위법성이 아니라 목적과
실제 일정의 괴리, 경비 집행의 적정성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반론 가능성 ②: 횡령 성립의 법적 요건. 업무상 횡령이 성립하려면 예산의 불법영득의사가
입증돼야 합니다. 승인 절차를 거친 출장이라면 '절차는 지켰으나 내용이 부실했던 출장'과 '처음부터
관광 목적이었던 출장'을 가르는 입증이 필요하며, 이는 투표용지 사태의 고의성 입증(제23편)과
마찬가지로 수사의 몫입니다.
선관위·당사자 반론은 아직 확인되지 않음. 이 글 정리 시점까지 출장 의혹에 대한 선관위
또는 노 전 위원장 측의 공식 반박 입장은 확인된 보도가 없습니다. 반론이 나오면 다음 편에서
반영합니다.
고발인 주장: 파이낸셜뉴스 (2026.7.2)·뉴스투데이 (2026.6.17)[2][8] — 반론 가능성 부분은 형법상 일반 법리에 근거한 본문의 해설입니다.
4. 구조적 질문 — 왜 아무도 몰랐나
이번 의혹에서 이 시리즈가 주목하는 지점은 개별 출장의 시비보다 '왜 5년치 내역이 사태가 터진 뒤에야
공개됐는가'입니다. 앞선 편들에서 본 감독 공백 구조가 예산 영역에서도 반복됩니다.
✓ 확인된 사실 — 예산·출장 통제의 제도 현황
행정부와의 차이. 행정부 공무원의 국외출장·연수 결과보고서는 인사혁신처가 운영하는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BTIS)을 통해 공개됩니다.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관으로서 이 공개 체계의
적용을 받지 않았고, 자체적으로도 세부 내역을 공개하지 않아 왔습니다.
외부 감찰의 공백. 헌법재판소는 감사원의 선관위 직무감찰에 대해 권한 없음을 확인한 바
있어(제2편), 회계검사 외의 직무감찰로 출장의 적정성을 들여다볼 외부 통로가 사실상 없었습니다.
내부 통제의 한계. 제11편에서 정리한 대로 선관위 감사담당관은 사무총장 지휘 아래 있어
독립성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반복돼 왔습니다. 출장 승인과 사후 점검이 모두 조직 내부에서
완결되는 구조였습니다.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btis.mpm.go.kr)·한국경제 (2026.6.16)[9][5] · 감사원 감찰 공백과 내부 통제 구조는 본 시리즈 제2편·제11편 정리 참조
△ 제안·쟁점 — 어떻게 고칠 것인가
출장 내역 상시 공개(고발·공개 요구 측). 국민의힘과 일부 언론은 헌법기관도 국외출장
계획·결과보고서를 행정부 수준으로 상시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독립성은 '직무의 독립'이지
'지출의 비공개'가 아니라는 논리입니다.
심사 단계의 외부 참여. 출장의 필요성·인원·경로를 사전 심사하는 단계에 외부 위원을
참여시키는 방안이 거론됩니다. 이는 제8편(사무처 견제)·제19편(전체회의 구조)에서 본 '내부 완결
구조에 외부 시선 넣기' 제안의 연장선입니다.
국회 통제 강화. 예산 심의 때 국외출장 항목을 별도 명세로 제출받아 심사하는 방안도
가능하나, 국회 통제 강화는 선관위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 우려(제12편의 독립성↔책임성 딜레마)와
맞물려 있어 설계가 필요합니다.
유의점. 위 제안들은 수사 결과와 무관하게 논의 가능한 제도 개선안이지만, 구체적 입법으로
발의된 단계는 아니며 논의 주체별 온도차가 있습니다.
본문 종합 — 특정 결론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공개 범위와 통제 방식의 선택은 입법의 몫입니다.
5. 정리 — 독립성과 투명성은 상충하지 않는다
이번 편의 요지는 이렇습니다. 합수본은 투표용지 사태와 별도로 선관위 국외출장 예산 유용 의혹 수사에
착수했고, 5년간 107회·약 24억 원의 출장 내역이 처음으로 상세 공개됐습니다. 개별 출장이 횡령에
해당하는지는 수사로 가려질 문제이고 당사자들에게는 무죄추정이 적용됩니다. 다만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든,
헌법기관이라는 이유로 지출 내역이 공개 체계 바깥에 있었다는 구조적 사실은 남습니다. 독립성은 직무 판단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 지출을 가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 — 그것이 이 논란이 제도에 던지는 질문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7월 7일로 예정된 중앙선관위·서울시선관위 현장조사 결과, 특검법 협상의 진전, 또는
출장 의혹에 대한 선관위 측 반론 등 그 시점의 진전 상황을 사실 중심으로 이어서 살펴볼 예정입니다.
출처
「합수본, 노태악 '외유성 출장' 의혹 수사 본격화…최지우 "사적관광 목적 예산 유용"」, 뉴스핌 (2026.7.2),
newspim.com
「합수본, '선관위 외유성 출장 의혹' 고발인 조사…"업무상 횡령 당연히 성립"」, 파이낸셜뉴스 (2026.7.2),
fnnews.com
「몰디브·피렌체 출장 간 선관위 직원들…'외유 의혹' 수사 본격화」, 시사저널 (2026.6월),
sisajourn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