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합동수사본부가 선거관리위원회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하면서 적용한 혐의 이름이
'공전자기록 위작'입니다. 낯선 말이지만 종이 문서를 위조하는 죄의 전산 버전이라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습니다.
다만 종이와 달리 전산 기록은 '권한 있는 사람이 거짓 숫자를 넣는 경우'가 흔해서,
어디까지가 죄인지를 두고 대법원 안에서도 의견이 갈렸습니다.
조문과 법정형, 위작과 변작의 차이, 성립에 필요한 목적 요건을 판례와 함께 정리합니다.
정리일 2026년 8월 12일 · 모든 사실 주장에 출처 표기 · 제68편
이 글을 읽는 법. 확인된 사실(녹색)과 제기된 주장·쟁점(주황)을 구분합니다.
법 조문과 대법원 판시, 언론에 보도된 수사 경과는 사실로,
법리에 대한 평가와 현재 사건에 대한 양측 입장은 '누가 그렇게 말했는지'를 함께 적어 주장으로 표시했습니다.
이 글은 특정인의 유·무죄를 판단하지 않습니다.
확인된 사실 — 법 조문·대법원 판시·언론 보도제안·쟁점 — 학계 평가·여야 주장
1. 조문부터 — 형법 제227조의2
이 죄는 형법 제20장 '문서에 관한 죄'에 들어 있습니다.
문서위조죄가 종이 문서를 대상으로 한다면, 전자기록위작죄는 컴퓨터에 저장된 기록을 대상으로 합니다.
공무소가 관리하는 기록이면 '공전자기록', 사인(私人)이 관리하는 기록이면 '사전자기록'으로 나뉩니다.
확인된 사실 — 조문과 법정형
형법 제227조의2(공전자기록위작·변작). "사무처리를 그르치게 할 목적으로 공무원 또는 공무소의
전자기록등 특수매체기록을 위작 또는 변작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1][2]
사전자기록은 형이 더 가볍다. 같은 행위라도 사인의 전자기록을 대상으로 하면
형법 제232조의2가 적용되고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공적 기록의 신뢰를 더 무겁게 보호한다는 취지입니다.[3]
벌금형이 없다. 공전자기록위작죄에는 벌금형 선택지가 없습니다.
유죄가 인정되면 징역형(집행유예 포함)만 가능하다는 뜻입니다.[1][2]
행사하면 별도의 죄. 위작·변작한 공전자기록을 실제로 사용하면
형법 제229조에 따라 위작공전자기록등행사죄가 따로 성립하고, 각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합니다.
수사기관이 '위작'과 '행사'를 함께 적시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1]
공소시효. 법정형의 장기가 10년이므로 형사소송법 제249조의 '장기 10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해
공소시효는 10년입니다.[10]
2. 위작과 변작은 무엇이 다른가
조문은 두 행위를 나란히 적어 두었습니다. 실무에서 자주 뒤섞이지만 겨냥하는 지점이 다릅니다.
확인된 사실 — 두 개념의 구분
위작. 없던 기록을 새로 만들어 내는 쪽입니다.
전자기록 자체를 새로 생성해 시스템에 존재하게 만드는 행위가 여기 해당합니다.[3][5]
변작.이미 존재하는 전자기록의 내용을 바꾸는 쪽입니다.
기록 자체는 원래 있었는데 그 안의 값이 달라지는 경우입니다.[3]
둘 다 같은 형. 제227조의2는 위작과 변작을 구분해 형을 달리 정하지 않습니다.
어느 쪽으로 인정되든 법정형은 동일합니다.[1][2]
선거관리시스템처럼 이미 입력된 숫자를 나중에 고치는 사안에서는
'새로 만든 것이냐, 있던 것을 바꾼 것이냐'가 사실관계에 따라 갈릴 수 있습니다.
다만 형이 같기 때문에 이 구분이 형량을 좌우하지는 않습니다.
3. 권한 있는 사람이 거짓 숫자를 넣어도 '위작'인가
이 죄에서 가장 논쟁이 컸던 지점입니다. 종이 문서의 세계에서는
'권한 없는 사람이 남의 이름으로 만드는 것'(유형위조)과
'권한 있는 사람이 내용을 거짓으로 쓰는 것'(무형위조)을 나누어,
사문서의 경우 무형위조는 원칙적으로 처벌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시스템에 접근 권한이 있는 담당자가 거짓 값을 입력한 경우는 어디에 속하는가.
확인된 사실 — 대법원의 판시
공전자기록에 관한 선례. 대법원은 2005년 6월 9일 선고한 2004도6132 판결에서
공전자기록의 '위작'에 권한 없는 자의 작성뿐 아니라
권한 있는 자가 권한을 남용해 허위 정보를 입력하는 경우도 포함된다는 취지로 판단했습니다.[5]
2020년 전원합의체. 대법원은 2020년 8월 27일 선고 2019도11294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사전자기록(형법 제232조의2)에 대해서도 같은 법리를 확인하며,
"권한을 부여받은 사람이 그 권한을 남용하여 허위의 정보를 입력함으로써
시스템 설치·운영 주체의 의사에 반하는 전자기록을 생성하는 경우도 '위작'에 포함된다"고 판시했습니다.[4][5]
반대의견이 있었다. 이 판결에서 대법관 5명은
'위작'은 유형위조만을 뜻하며, 무형위조까지 포함시키는 해석은
사문서위조죄 체계와 맞지 않고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는 반대의견을 냈습니다.[5][6]
쟁점 — 학계의 평가
확장 해석이라는 비판. 판례평석에서는 무형위조까지 '위작'에 넣는 다수의견에 대해
일반 국민의 예견 가능성이 떨어지고 형법 체계상 모순이 생긴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반대의견과 같은 문제의식입니다.[6]
실무적 의미. 반대로 다수의견을 지지하는 쪽에서는,
전산 시스템에서는 애초에 '권한 없는 외부인의 침입'보다
'권한 있는 내부자의 허위 입력'이 훨씬 흔하다는 현실을 든다고 정리됩니다.
이 대립은 판결 이후에도 학술 논문의 주제로 계속 다뤄지고 있습니다.[6]
4. 진짜 관문은 '사무처리를 그르치게 할 목적'
조문을 다시 보면 행위(위작·변작) 앞에 조건이 하나 붙어 있습니다.
'사무처리를 그르치게 할 목적'입니다. 이것이 없으면 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숫자가 틀렸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입력이 어떤 의도였는지가 별도로 입증돼야 한다는 뜻입니다.
확인된 사실 — 목적 요건의 의미
어떤 목적인가. 판례상 '사무처리를 그르치게 할 목적'은
위작·변작된 전자기록이 사용됨으로써 그 시스템을 설치·운영하는 주체의
사무처리를 잘못되게 하는 것을 말합니다.[3]
과실은 대상이 아니다. 이 죄는 목적범이므로 단순 착오나 관리 부실만으로는
구성요건을 채우지 못합니다. 그래서 수사에서 메신저 대화 등 내부 소통 기록이
핵심 증거로 다뤄집니다.[7]
5. 지금 선관위 사건에는 어떻게 적용되고 있나
확인된 사실 — 수사 경과
적용 혐의.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선거관리위원회 관련 수사에서
공전자기록 위작 및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를 적용하고 있습니다.[7]
압수수색 확대. 합수본은 7월 2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8월 7일 서울·경기·충북 선거관리위원회와 김포·의왕·진천, 서초구·강남구 선거관리위원회 등을
추가로 압수수색했습니다.[7][11]
수사의 초점. 실무자들이 투표자 수 오입력을 상부 보고 없이
선거관리시스템 통계에서 임의로 수정한 정황, 그리고 '숫자 맞추기'를 논의한 것으로 보이는
메신저 대화가 확인됐다고 보도됐습니다.[7]
쟁점 — 8월 10일 청문회에서 갈린 양측 주장
선거관리위원회 측. 강동완 사무총장 직무대리는 3차 청문회에서
"투표자 수 오입력 자체가 부정선거라는 일부의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사람에 의한 관리 부실이라는 취지로 설명했습니다.[8]
국민의힘 측. 김은혜 의원은 "통렬하게 반성하며 '조작이었다' 말하고 사과할 줄 알았는데
끝까지 그 말이 없다"고 했고, 신동욱 의원은 "이 정도 부정이라면 저는 부정으로 본다"고 주장했습니다.[8]
청문회 진행.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소속 의원들은
재검표 일정 문제를 이유로 퇴장해 여야 신문이 함께 진행되지는 못했습니다.[8]
법적으로 갈리는 지점. 두 주장의 차이는 결국 위 4항의 목적 요건에 걸립니다.
'부실'이면 구성요건을 채우지 못하고, '의도적 수정'이면 채웁니다.
이 판단은 수사와 재판에서 증거로 가려질 문제이며 이 글이 결론을 내릴 사안이 아닙니다.
확인된 사실 — 앞으로의 일정
특별검사 후보. 선관위 특검 국민추천위원회는 8월 14일 대통령에게 추천할
특별검사 후보 2인을 선출하기로 했습니다.[9]
수사 주체의 이동 가능성. 특검이 출범하면 현재 합수본이 진행 중인 사건 상당 부분이
특검으로 이관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도 적용 법조는 바뀌지 않고
같은 형법 제227조의2가 기준이 됩니다.[1]
6. 정리 — 세 문장으로
확인된 사실 — 핵심 요약
무엇을 처벌하나. 공무소의 전산 기록을 거짓으로 만들거나 바꾸는 행위를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하며 벌금형은 없습니다.[1][2]
권한이 있어도 성립할 수 있다. 대법원은 권한을 남용해 허위 정보를 입력한 경우도
'위작'에 포함된다고 보았고, 이에 반대하는 소수의견도 함께 남아 있습니다.[4][5]
승부처는 목적. 숫자가 틀렸다는 사실이 아니라
'사무처리를 그르치게 할 목적'이 있었는지가 성립 여부를 가릅니다.[3]
이 시리즈는 특정 결론을 주장하기 위한 글이 아닙니다.
어떤 행위가 어떤 조문에 걸리고 무엇이 입증돼야 하는지를 먼저 정확히 아는 것이,
수사 결과에 승복하든 다투든 모두의 출발점이라는 판단에서 정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