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뉴스에서 "헌법재판소에 간다"는 말은 자주 나오지만, 그 안에는 서로 다른 통로가 섞여 있습니다.
법률이 헌법에 어긋나는지를 따지는 위헌법률심판, 국민 개인의 기본권 침해를 다투는 헌법소원,
그리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가 서로의 권한 경계를 두고 다투는 권한쟁의심판입니다.
이 글은 세 번째 통로를 정리합니다. 누가 낼 수 있고, 무엇을 대상으로 하며,
언제까지 내야 하고, 몇 명이 찬성해야 결론이 나는지 —
그리고 왜 상당수 사건이 본안 판단에 이르지도 못하고 각하로 끝나는지를 조문과 실제 결정으로 살펴봅니다.
정리일 2026년 8월 20일 · 모든 사실 주장에 출처 표기 · 제76편
이 글을 읽는 법. 확인된 사실(녹색)과 제기된 주장·쟁점(주황)을 구분합니다.
헌법·법률 조문과 헌법재판소 결정, 보도로 확인되는 내용은 사실로,
제도에 대한 평가와 정치권의 주장은 '누가 그렇게 말했는지'를 함께 적어 주장으로 표시했습니다.
이 글은 특정 사건의 결론이나 특정 정당의 주장을 지지하지 않습니다.
확인된 사실 — 조문·결정·보도제안·쟁점 — 정치권·언론·학계 주장
1. 권한쟁의심판이란 무엇인가
헌법은 국가의 일을 여러 기관에 나눠 맡깁니다. 법을 만드는 곳, 집행하는 곳, 재판하는 곳,
선거를 관리하는 곳이 각각 따로 있고, 그 아래로 지방자치단체가 또 자기 몫의 사무를 갖습니다.
문제는 이 경계선이 언제나 또렷하지는 않다는 점입니다.
한쪽이 "이건 내 권한인데 당신이 침범했다"고 보고, 다른 쪽은 "정당한 내 권한 행사"라고 볼 때
그 다툼을 가려 줄 심판자가 필요합니다. 그 자리가 헌법재판소이고, 그 절차가 권한쟁의심판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절차가 옳고 그름 전반을 따지는 자리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권한쟁의심판이 답하는 질문은 좁습니다. "이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가",
그리고 "상대방의 행위가 청구인의 권한을 침해했는가" 두 가지입니다.
정책이 좋은지 나쁜지, 결정이 현명한지 아닌지는 심판 대상이 아닙니다.
뒤에서 볼 각하 사례들이 대부분 이 지점에서 갈립니다.
확인된 사실 — 근거 조문
헌법 제111조 제1항. 헌법재판소는 국가기관 상호간,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간,
지방자치단체 상호간의 권한쟁의에 관한 심판을 관장한다고 규정합니다.[1]
헌법재판소법 제61조. 국가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 사이에 권한의 유무 또는 범위에 관한
다툼이 있을 때 심판을 청구할 수 있고, 상대방의 처분 또는 부작위가 헌법이나 법률에 의해 부여받은
청구인의 권한을 침해했거나 침해할 현저한 위험이 있는 경우여야 합니다.[1]
다투는 대상. 적극적인 '처분'만이 아니라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부작위도 심판 대상이 됩니다.[1]
2. 누가 낼 수 있나 — 당사자의 범위
권한쟁의심판에서 가장 먼저 걸리는 관문이 당사자능력입니다.
누구나 낼 수 있는 절차가 아니라, 헌법이 권한을 나눠 준 기관들 사이의 다툼을 전제로 하기 때문입니다.
개인이나 정당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개인의 기본권 문제는 헌법소원이라는 다른 통로로 갑니다.
확인된 사실 — 헌법재판소법 제62조가 정한 세 갈래
국가기관 상호간. 국회, 정부, 법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호간의 권한쟁의입니다.
국회의 경우 국회의원·국회의장·상임위원장처럼 헌법과 국회법이 독자적 권한을 준 주체도
실제 사건에서 당사자로 다뤄져 왔습니다.[1]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간. 정부와 특별시·광역시·도 또는 시·군·자치구 사이의 다툼입니다.[1]
지방자치단체 상호간. 광역과 광역, 광역과 기초, 기초와 기초 사이의 다툼으로,
관할 구역이나 사무 배분을 둘러싼 사건이 여기에 해당합니다.[1]
제외되는 쪽. 개인과 정당은 당사자가 되지 않습니다.
헌법이 아니라 법률에만 근거를 둔 기관의 당사자능력도 부정된 사례가 있습니다.[1]
실제 사건에서 각하가 나오는 흔한 이유가 이 대목입니다.
2023년 3월 23일 이른바 '검수완박' 사건에서 헌재는 법무부장관과 검사들이 낸 청구(2022헌라4)를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각하했습니다. 법무부장관에게는 청구인 적격이 없고,
검사에 대해서는 권한 침해 가능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였습니다.[2]
3. 언제까지 내야 하나 — 청구기간 60일과 180일
권한쟁의심판에는 기한이 있습니다. 다툼이 오래 묵으면 그사이 형성된 법질서가 흔들리기 때문에,
법은 비교적 짧은 기간을 두고 있습니다.
확인된 사실 — 헌법재판소법 제63조
두 개의 기간. 권한쟁의심판은 그 사유가 있음을 안 날부터 60일 이내,
그리고 그 사유가 있은 날부터 180일 이내에 청구해야 합니다.[1]
둘 다 지켜야 한다. 두 기간은 선택이 아니라 각각의 상한입니다.
어느 하나라도 넘기면 청구는 부적법해집니다.[1]
인용. 권한의 유무·범위를 확인하거나 권한 침해를 확인하는 결정입니다.
헌법재판소법 제66조에 따라 권한 침해의 원인이 된 처분을 취소하거나 무효를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1]
기속력. 제67조에 따라 권한쟁의심판의 결정은 모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합니다.
다만 처분을 취소하는 결정이 나더라도 그 처분의 상대방에 대해
이미 생긴 효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1]
가처분. 제65조에 따라 헌법재판소는 직권 또는 청구인의 신청으로
심판 대상이 된 피청구인의 처분의 효력을 정지하는 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실제 인용된 예는 드뭅니다.[1]
'침해는 인정되지만 무효는 아니다'라는 결론이 가능한 것도 이 구조 때문입니다.
2023년 3월 23일 국회의원들이 법제사법위원장 등을 상대로 낸 사건(2022헌라2)에서 헌재는
법사위원장의 행위가 국회의원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는 점은 인용했지만,
그 결과로 통과된 법률을 무효로 확인해 달라는 청구는 기각했습니다. 모두 5대 4였습니다.[2]
절차에 하자가 있었다는 확인과, 그 하자가 결과물을 통째로 무너뜨릴 만큼 중대한가는 별개의 판단이라는 뜻입니다.
6. 최근 사례로 보는 문턱 — 2026년 7월 각하 결정
권한쟁의심판이 실제로 어디서 막히는지를 보여 주는 최근 사례가 있습니다.
확인된 사실 — 2026년 7월 23일 결정
사건. 2026년 3월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된 '조작기소 의혹 국정조사 계획서' 가결 선포를 두고
국민의힘 의원 7명이 국회의장을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습니다.[3]
결론. 헌법재판소는 2026년 7월 23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각하했습니다.
가결 선포 행위가 청구인들의 안건 심의·표결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였습니다.[3][4]
판단 근거로 제시된 내용. 헌재는 특별위원회는 국회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해 구성하며
설치·구성에 본회의 의결을 요하지 않는다고 봤고, 무제한 토론이 정상적으로 실시됐으며
청구인들이 스스로 퇴장해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습니다.[4]
이 결정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헌재가 "안건 내용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일 뿐
심의·표결권이 침해됐다는 주장으로 볼 수 없다"고 정리한 부분입니다.[4]
권한쟁의심판이 결정의 내용이 아니라 권한의 경계를 다루는 절차라는 성격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 문장입니다.
제기된 주장·쟁점 — 정치 절차의 연장인가, 헌법적 통제인가
야당 측 활용. 2024년 11월 28일 국회는 상설특검 후보추천위원회 구성 규칙 개정안을
찬성 179표·반대 102표로 가결했고, 대통령 또는 대통령 가족이 대상인 사건에서는
대통령 소속 정당의 추천권을 배제하도록 했습니다.
당시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바로 권한쟁의 및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5]
제도를 넓게 보는 시각. 다수결로 결정된 사안이라도 소수파 기관 구성원이
헌법적 판단을 구할 통로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권한쟁의심판은 그 통로 역할을 한다고 봅니다.
제도를 좁게 보는 시각. 국회 안에서 표결로 결론이 난 사안을 헌재로 다시 가져오는 것은
정치적 다툼의 사법화라는 반론입니다. 헌재가 반복적으로 각하 결정을 내려 온 흐름을 근거로 듭니다.
공통되는 지점. 양쪽 모두 "청구했다"는 사실만으로는 결론을 알 수 없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실제로 최근 사건들은 본안 판단 이전에 형식 요건에서 갈렸습니다.
결과는. 각하·기각·인용, 인용 시 처분 취소·무효확인 가능, 모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를 기속 (제66조·제67조)[1]
권한쟁의심판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 일을 결정할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가"를 가리는 절차입니다.
그래서 뉴스에서 어떤 정당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겠다"고 발표할 때
확인해 볼 것은 세 가지로 좁혀집니다.
청구하는 쪽이 당사자가 될 수 있는지, 다투는 대상이 구체적인 처분이나 부작위인지,
그리고 침해됐다는 권한이 헌법이나 법률에 근거를 둔 것인지입니다.
이 셋 중 하나라도 걸리면 사건은 내용 판단에 이르기 전에 각하로 끝납니다.
반대로 인용이 나더라도 그것이 곧 결정의 무효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제도의 문턱과 효과를 함께 봐야 발표와 결과 사이의 간격을 덜 오해하게 됩니다.
출처
나무위키, "권한쟁의심판" — 헌법 제111조 제1항, 헌법재판소법 제23조·제61조·제62조·제63조·제65조·제66조·제67조의 내용, 당사자 범위, 청구기간, 정족수, 결정의 종류와 기속력 정리 — 링크 / 조문 원문은 헌법재판소 권한쟁의심판 안내 참조
법률신문, "헌재 '검수완박 입법 무효로 보기 어렵다'" (2023.03.23) — 2022헌라2 법사위원장 권한침해 확인 인용(5대4)·무효확인 기각(5대4), 2022헌라4 각하(5대4) —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