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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 해설 · 대통령이 법률안을 되돌려 보낼 때

재의요구권 뜻 — 대통령 거부권 행사 기간과 국회 재의결 정족수

뉴스에서는 거부권이라고 부르지만 헌법 조문에는 그 단어가 없습니다. 헌법 제53조 제2항이 쓰는 표현은 '환부하고, 그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입니다. 법률안을 없애는 권한이 아니라 국회에 한 번 더 물어보게 만드는 권한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이 권한은 세 개의 숫자로 작동합니다. 대통령에게 주어진 15일, 국회로 돌아간 법률안이 넘어야 하는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 그리고 확정된 법률이 공포되지 않을 때 국회의장이 대신 공포하기까지의 5일입니다. 이 글은 ① 재의요구권과 거부권이라는 두 말의 관계, ② 15일이라는 시계가 언제부터 도는지, ③ 대통령이 할 수 없는 것(일부거부·수정거부), ④ 아무 조치도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⑤ 국회로 돌아온 법률안의 표결 방법과 정족수를 조문 순서대로 짚습니다. 마지막으로 2025년과 2026년에 실제로 일어난 두 사례를 그 구조에 대입해 봅니다.

정리일 2026년 9월 7일 · 모든 사실 주장에 출처 표기 · 제94편
이 글을 읽는 법. 확인된 사실(녹색)과 제기된 주장·쟁점(주황)을 구분합니다. 헌법·법률 조문과 국회·정부가 공표한 자료처럼 확인되는 내용은 사실로, 제도에 대한 평가와 정치권의 주장은 '누가 그렇게 말했는지'를 함께 적어 주장으로 표시했습니다. 이 글은 특정 정당의 입장을 지지하지 않으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확인된 사실 — 조문·기관 자료·보도 제안·쟁점 — 정치권·법조계 주장

1. 재의요구권과 거부권 — 같은 것을 가리키는 두 말

재의요구권은 헌법 조문의 표현을 그대로 옮긴 말이고, 거부권은 그 결과를 두고 언론과 정치권이 관용적으로 쓰는 말입니다. 가리키는 대상은 같지만 어감은 다릅니다. '거부'는 법률안이 그 자리에서 없어지는 느낌을 주는 반면, 조문이 정한 실제 효과는 법률안을 국회로 되돌려 보내(환부) 한 번 더 표결하게 하는 것입니다.[1]

그래서 재의요구는 최종 결정이 아니라 절차의 연장입니다. 되돌아간 법률안이 국회에서 다시 가결되면 대통령의 서명 없이도 법률이 됩니다. 반대로 국회가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면 그 법률안은 폐기됩니다. 즉 이 권한의 실질적인 힘은 대통령이 아니라 국회에 3분의 2를 만들 수 있는 세력이 있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2. 15일이라는 시계는 언제부터 도는가(제53조 제1항·제2항)

확인된 사실 — 헌법 제53조 제1항·제2항

여기서 자주 혼동되는 지점이 두 가지입니다. 첫째, 15일의 기산점은 국회 본회의 의결일이 아니라 정부 이송일입니다. 본회의를 통과한 날과 정부로 이송된 날 사이에는 며칠의 간격이 생길 수 있습니다. 둘째, 국회가 문을 닫고 있어도 환부할 수 있습니다. 제2항 후단의 '국회의 폐회 중에도 또한 같다'가 그 근거입니다.[1] 회기가 끝났다는 이유로 기간을 넘기거나, 반대로 국회가 열릴 때까지 기다려 무산시키는 방식이 봉쇄돼 있는 것입니다.

조문은 재의요구의 사유를 열거하지 않습니다.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라고만 적혀 있을 뿐, 위헌 소지나 예산 부담 같은 요건이 붙어 있지 않습니다.[1] 어디까지가 정당한 이의인지는 조문이 아니라 정치적 평가의 영역에 남아 있고, 이 점이 뒤에서 볼 '남용' 논쟁의 출발점입니다.

3. 대통령이 할 수 없는 것 — 일부거부와 수정거부(제53조 제3항)

확인된 사실 — 헌법 제53조 제3항

이 한 문장이 재의요구권의 성격을 크게 바꿉니다. 대통령은 법률안 중 마음에 들지 않는 조항만 골라 되돌려 보낼 수 없고, 문구를 고쳐서 '이렇게 바꾸면 받겠다'고 제안할 수도 없습니다. 선택지는 전부 공포하거나 전부 되돌려 보내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1]

그 결과 하나의 법률안에 여러 쟁점이 묶여 있을수록 판단은 거칠어집니다. 대부분 수용 가능한 법률안에 한 조항이 문제라고 보더라도, 그 조항만 떼어내는 수단이 헌법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국회 입장에서는 쟁점 조항을 다른 조항과 묶는 방식이 협상 카드가 됩니다.

4. 아무 조치도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가(제53조 제5항·제6항)

미국식 제도에는 대통령이 서명도 거부도 하지 않은 채 회기가 끝나면 법안이 자동 폐기되는 이른바 보류거부가 있습니다. 우리 헌법은 그 반대 방향으로 설계돼 있습니다.

확인된 사실 — 헌법 제53조 제5항·제6항·제7항

정리하면 침묵은 거부가 아니라 동의에 가깝게 처리됩니다. 15일 안에 공포하지 않고 재의도 요구하지 않으면 법률안은 그대로 법률이 되고, 그 뒤에도 공포하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공포합니다.[1] 그래서 재의요구권은 '쓰지 않으면 사라지는 권한'입니다. 15일이라는 기간이 절차적 형식이 아니라 실질적인 마감 시한인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5. 국회로 돌아온 뒤 — 표결 방법과 재의결 정족수

확인된 사실 — 헌법 제53조 제4항과 국회법 제112조 제5항

두 요건을 나눠 읽어야 합니다. 출석 요건은 재적의원의 과반수이고, 찬성 요건은 그 자리에 나온 의원의 3분의 2 이상입니다. 재적의원의 3분의 2가 아닙니다.[1] 따라서 반대 진영이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퇴장하면 출석 정족수가 무너져 표결 자체가 성립하지 않고, 반대로 참여하되 반대표를 던지면 3분의 2 문턱을 막는 쪽으로 작동합니다. 어느 전략을 택할지가 재의 표결마다 달라지는 이유입니다.

여기에 무기명투표라는 변수가 겹칩니다.[2] 누가 어떻게 던졌는지 기록에 남지 않기 때문에, 당론과 다른 표가 섞일 여지가 일반 법률안 표결보다 큽니다. 재의 표결에서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오는 사례는 대체로 이 지점에서 설명됩니다.

6. 숫자로 본 실제 — 되돌려 보낸 법률안은 대부분 살아 돌아오지 않는다

확인된 사실 — 국회입법조사처 집계(2023년 4월 4일 자료)

전체 통계와 최근 통계가 크게 갈립니다. 제헌·2대 국회 시기에는 정부와 국회의 구성이 지금과 달라 재의결이 흔했지만, 민주화 이후에는 3분의 2라는 문턱이 사실상 결정적으로 작동해 왔습니다.[3] 바꿔 말하면, 오늘날 재의요구는 대부분의 경우 법률안을 폐기시키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7. 2025년 방송법 — 재의결이 실제로 성립한 사례

확인된 사실 — 2025년 4월 17일 국회 재표결

이 사례는 앞의 조문 구조를 그대로 보여 줍니다. 재의요구를 한 주체는 대통령이 아니라 권한대행이었고(제53조는 권한대행의 직무 범위와 함께 읽힙니다), 되돌아온 법률안은 위원회를 다시 거치지 않고 본회의에서 곧바로 무기명 표결에 부쳐졌으며, 출석 3분의 2를 넘긴 한 건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같은 날 폐기됐습니다.[2][4]

8. 2026년 형사소송법 — 요구는 있었으나 행사되지 않은 사례

확인된 사실 — 2026년 8월 형사소송법 개정안

주목할 부분은 대통령이 밝힌 판단 기준입니다. 헌법 제53조 제2항은 '이의가 있을 때'라고만 적어 사유를 한정하지 않는데, 이 사안에서는 '위헌·집행불능·국익 위배'라는 세 가지 잣대가 제시됐습니다.[1][6] 이는 조문이 요구하는 요건이 아니라 행사 여부를 스스로 설명하기 위해 든 기준이며, 다음 대통령이나 다음 사안을 구속하지 않습니다.

9. 제기된 쟁점 — 남용인가, 견제 수단인가

제기된 쟁점 — 양쪽의 주장

10. 정리 — 법률안이 대통령을 거쳐 가는 경로

확인된 사실 — 순서 요약

재의요구권을 둘러싼 논쟁은 대개 '썼느냐 안 썼느냐'에 집중되지만, 제도를 이해하는 열쇠는 쓰지 않았을 때 무엇이 일어나는가에 있습니다. 15일이 지나면 아무 서명이 없어도 법률이 되고, 되돌려 보낸다 해도 국회에 3분의 2가 있으면 그대로 법률이 됩니다. 헌법은 대통령에게 마지막 결정권이 아니라 한 번 더 묻게 할 권한만 준 셈입니다.

국회 안에서 법률안이 처리되는 다른 국면은 제79편 '국정감사와 국정조사 차이'와 제90편 '인사청문회 절차와 기간'에서 다뤘습니다.[8]

출처

  1. 「대한민국헌법」 제53조 — 제1항(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안은 정부에 이송되어 15일 이내에 대통령이 공포한다), 제2항(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에는 대통령은 제1항의 기간 내에 이의서를 붙여 국회로 환부하고 그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국회의 폐회 중에도 또한 같다), 제3항(법률안의 일부에 대하여 또는 법률안을 수정하여 재의를 요구할 수 없다), 제4항(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전과 같은 의결을 하면 법률로서 확정), 제5항(기간 내에 공포나 재의의 요구를 하지 아니한 때에도 법률로서 확정), 제6항(확정 법률의 지체 없는 공포와 5일 이내 미공포 시 국회의장 공포), 제7항(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공포한 날로부터 20일 경과로 효력 발생) — 국가법령정보센터 조문
  2. 「국회법」 제112조(표결방법) 제5항 — '대통령으로부터 환부된 법률안과 기타 인사에 관한 안건은 무기명투표로 표결한다'는 규정 — 국가법령정보센터 국회법 제112조
  3. 국회입법조사처 자료(2023년 4월 4일) '역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해외사례' — 제헌 이후 대통령의 재의요구 총 66건과 국회 재의결로 확정된 33건(50%), 제6공화국(1988년 이후) 재의요구 16건 중 재의결 확정 1건(6.3%), 대통령의 거부권이 제헌헌법에서부터 명문화된 국회 입법권에 대한 견제 수단이라는 설명 — KDI 경제교육·정보센터 수록
  4. 파이낸셜뉴스 '되돌아온 방송법 개정안, 국회 재표결서 가결'(2025년 4월 17일) — 수신료 통합징수 방송법 개정안의 2024년 12월 26일 국회 통과, 2025년 1월 21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대통령 권한대행 자격 재의요구, 2025년 4월 17일 재표결 결과 찬성 212·반대 81·기권 4·무효 2로 가결(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 요건 충족), 같은 날 함께 표결된 상법 개정안과 내란·명태균 특검법 등 재의요구 안건의 부결 — 링크
  5. YTN '민주, 형사소송법 대국민 보고회…국힘 "재의요구권 행사해야"'(2026년 8월 3일) — 국민의힘의 재의요구권 행사 촉구와 '거부권 행사는 선택이 아닌 국민과 역사의 명령'이라는 주장,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주최 대국민 보고회에서 밝힌 보완수사 절차·기한 명확화와 피해자 권리 강화, 아동학대·가정폭력 등 7대 범죄 전건송치 제도 도입 방침 — 링크
  6. 경향신문 '개정 형소법 공포안 국무회의 통과…이 대통령 "문제 있으면 보완하고 채워야"'(2026년 8월 4일) — 2026년 8월 4일 국무회의의 개정 형사소송법 공포안 의결과 재의요구권 미행사, 이재명 대통령의 '위헌, 집행불능, 국익 위배 등의 정도에 이른다고 보기 어렵다'·'형사소송법 개정으로 형사사법 체계 선진적 정상화의 단초가 마련됐다'·'경찰의 수사권 독점과 비대화 등의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후속 조치가 필수적'이라는 발언, 2026년 10월 2일 시행과 검사의 직접 수사권 폐지·수사와 기소 분리 내용 — 링크
  7. 법제처 지식창고 '대통령의 법률안 재의요구권' — 헌법 제53조 제2항이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라고만 정해 재의요구 사유를 한정하지 않는다는 점과, 재의요구권이 제헌헌법 이래 국회 입법권에 대한 견제 수단으로 기능해 왔다는 설명 — 링크
  8. 본 시리즈 제79편 '국정감사와 국정조사 차이', 제90편 '인사청문회 절차와 기간', 제93편 '기탁금 반환 조건' — 국회 안에서 안건이 처리되는 다른 국면과 이 글에 이어지는 제도 설명 — 제79편 · 제90편 · 제93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