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주의 제도 들여다보기제81편
제도 해설 · 같은 말을 해도 목적이 다르면 조항이 갈린다

허위사실공표죄 구성요건과 형량 — 당선 목적과 낙선 목적 처벌 차이

선거 때마다 "허위사실 공표로 고발했다"는 말이 오갑니다. 그런데 이 죄는 하나의 조항이 아니라 목적에 따라 둘로 갈린 구조입니다. 공직선거법 제250조는 당선되게 할 목적의 공표(제1항)와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의 공표(제2항)를 나누고, 법정형도 다르게 정해 두었습니다. 둘 중 형이 더 무거운 쪽은 낙선 목적인 제2항이고, 제2항에는 벌금 하한까지 붙어 있습니다. 이 죄가 자주 다투어지는 이유는 형량 때문만이 아닙니다.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의견'인지, 어디까지가 '허위'인지를 가르는 기준이 사건마다 달리 적용되면서 1심과 2심의 결론이 뒤집히는 일이 반복돼 왔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제250조의 각 항이 어떤 요건으로 짜여 있는지, 법정형이 어떻게 갈리는지,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 어떤 기준을 제시했는지, 그리고 구성요건을 좁히자는 개정 논의가 어디까지 와 있는지를 조문과 확인 가능한 결정·판결을 근거로 정리합니다.

정리일 2026년 8월 25일 · 모든 사실 주장에 출처 표기 · 제81편
이 글을 읽는 법. 확인된 사실(녹색)과 제기된 주장·쟁점(주황)을 구분합니다. 법률 조문과 헌법재판소 결정·대법원 판결, 기관 안내와 언론 보도로 확인되는 내용은 사실로, 제도에 대한 평가와 정치권·학계의 주장은 '누가 그렇게 말했는지'를 함께 적어 주장으로 표시했습니다. 이 글은 특정 정당의 주장이나 특정 사건의 결론을 지지하지 않습니다.
확인된 사실 — 조문·결정·판결·보도 제안·쟁점 — 정치권·학계 주장

1. 조항이 둘로 갈리는 이유 — 누구에 대한 거짓말인가

제250조를 처음 읽을 때 헷갈리는 대목은 "왜 같은 허위사실 공표를 두 번 규정했나"입니다. 답은 거짓말의 방향에 있습니다. 자기 자신(또는 자기가 밀어 주는 후보)을 좋게 보이게 하려고 거짓을 말하는 것과, 상대 후보를 나쁘게 보이게 하려고 거짓을 말하는 것은 선거에 미치는 해악의 성격이 다르다는 판단입니다. 전자는 유권자의 판단 자료를 부풀리는 쪽이고, 후자는 남의 판단 자료를 무너뜨리는 쪽입니다.

확인된 사실 — 제250조의 기본 구조

여기서 '목적'은 장식이 아니라 구성요건입니다. 당선 또는 낙선의 목적이 인정되지 않으면 이 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목적이 없는 허위 표현은 형법상 명예훼손이나 다른 조항의 문제가 될 수는 있어도, 제250조의 문제로는 넘어오지 않습니다.

2. 무엇에 관한 거짓말이어야 하나 — 공표 대상 항목

제250조는 아무 거짓말이나 처벌하지 않습니다. 조문은 거짓말의 대상이 되는 항목을 열거해 두었습니다. 이 열거가 사건에서 실제로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뒤(6장)에서 다시 다룹니다.

확인된 사실 — 열거된 항목

3. 법정형 — 낙선 목적이 더 무겁다

형량을 비교해 보면 입법자가 어느 쪽을 더 무겁게 봤는지가 그대로 드러납니다. 낙선 목적인 제2항은 징역 상한이 더 높고, 벌금에 하한이 붙어 있습니다. 벌금 하한이 있다는 것은 "가볍게 벌금 몇십만원"으로 끝내기 어렵게 설계했다는 뜻입니다.

구분 제1항 — 당선 목적 제2항 — 낙선 목적
공표의 방향 후보자에게 유리하도록 후보자에게 불리하도록
법정형 5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 7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 벌금
당내경선(제3항) 3년 이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 벌금 5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
딥페이크 이용(제4항)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 7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5천만원 이하 벌금
가족 관련 공표 조문상 열거 없음 배우자·직계존비속·형제자매 포함

형량 차이보다 실무에서 더 중요하게 작동하는 것은 당선무효 기준선입니다. 앞서 제74편에서 정리한 것처럼, 당선인 본인이 공직선거법 위반죄로 징역 또는 100만원 이상의 벌금이 확정되면 당선은 무효가 됩니다.[6] 제250조 제2항의 벌금 하한이 500만원이라는 것은, 이 조항으로 벌금형이 선고되면 사실상 언제나 당선무효 구간에 들어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4. 가장 어려운 지점 — 사실과 의견을 어떻게 가르나

제250조는 '허위의 사실'을 공표한 경우를 처벌합니다. 따라서 어떤 발언이 사실의 진술인지 의견·평가의 표명인지를 먼저 갈라야 하고, 사실이라면 그것이 허위인지를 따져야 합니다. 선거 국면의 발언은 사실과 평가가 뒤섞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이 첫 단계에서부터 판단이 갈립니다.

확인된 사실 — 대법원이 제시한 판단 기준

두 판결은 같은 조항을 다루면서도 강조점이 다릅니다. 앞의 판결은 부작위(말하지 않음)를 공표로 볼 수 있는가에 선을 그었고, 뒤의 판결은 발언 전체의 인상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정리했습니다. 어느 쪽이든 결국 "일반 선거인이 어떻게 받아들였겠는가"라는 물음으로 수렴하는데, 바로 그 물음이 심급마다 다르게 답해질 수 있다는 점이 이 죄의 구조적 특징입니다.

5. 헌법재판소는 어떻게 봤나 — 2023헌바78

표현의 자유를 제약한다는 이유로 이 조항들은 여러 차례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에 올랐습니다. 가장 최근의 주요 결정에서 헌재는 허위사실공표죄는 유지하고, 후보자비방죄는 위헌이라는 서로 다른 결론을 냈습니다.

확인된 사실 — 2024. 6. 27. 2023헌바78 결정

이 결정이 갖는 의미는 경계선을 다시 그었다는 데 있습니다. 같은 선거 표현이라도 거짓을 말한 경우(제250조)는 형벌로 규율할 수 있지만, 사실이지만 헐뜯는 경우(제251조)는 형벌로 규율할 수 없다는 쪽으로 정리된 셈입니다.

6. 함께 봐야 하는 두 가지 — 공소시효와 다른 죄와의 관계

확인된 사실 — 시간과 조항의 경계

7. 쟁점 — 구성요건을 좁히자는 논의는 어디까지 왔나

제250조를 둘러싼 논쟁은 "처벌해야 하느냐"보다 "무엇까지 처벌 대상으로 열거해 둘 것이냐"에 집중돼 있습니다. 논쟁의 표적이 되는 단어는 2장에서 언급한 '행위'입니다.

제기된 주장 — 개정론과 반대론

실제로 이 조항은 심급별로 결론이 엇갈린 사례가 여러 건 있습니다. 언론 보도로 확인되는 것만 봐도, 1심 무죄가 2심에서 유죄로 뒤집혔다가 대법원에서 다시 갈린 경우, 1심 유죄가 항소심·상고심에서 무죄로 정리된 경우가 함께 존재합니다.[5] 같은 조문을 놓고 법원마다 판단이 달라지는 현상 자체가 구성요건이 충분히 명확한지에 대한 물음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허위사실공표죄는 세 개의 관문을 통과해야 성립합니다. 첫째 당선 또는 낙선의 목적, 둘째 조문에 열거된 항목에 관한 사실의 공표, 셋째 그 사실이 허위일 것입니다. 여기에 '사실인가 의견인가'를 가르는 해석 작업이 앞단에 붙습니다. 조항을 어떻게 손볼지에 대한 판단은 갈릴 수 있지만, 논의를 시작하려면 이 죄가 목적에 따라 두 갈래로 나뉘어 있고 형량과 당선무효 효과가 그에 따라 달라진다는 구조부터 구분해 두는 편이 낫습니다.

출처

  1. 공직선거법 제250조(허위사실공표죄) 조문 — 제1항 당선되거나 되게 할 목적으로 후보자에게 유리하도록 출생지·가족관계·신분·직업·경력등·재산·행위·소속단체·특정인 또는 특정단체로부터의 지지 여부 등에 관해 허위의 사실을 공표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 제2항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후보자에게 불리하도록(후보자의 배우자·직계존비속·형제자매 포함) 허위의 사실을 공표한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 제3항 당내경선 관련(제1항 행위 3년 이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 벌금, 제2항 행위 5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 제4항 딥페이크영상등 이용 시 가중(제1항 행위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 제2항 행위 7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5천만원 이하 벌금) — 법령 원문: 국가법령정보센터 제250조 · 조문 요약 참고: 링크
  2. 경향신문, "선관위, AI 딥페이크 유포 지방선거 예비후보 첫 고발…과태료 500만원 부과도"(2026.02.09) — 울산 남구선거관리위원회가 AI로 만든 허위 내용의 영상을 제작·유포한 입후보 예정자를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4항(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 위반으로 고발, 제82조의8은 선거일 전 90일부터 인공지능 등으로 제작한 가상의 음향·이미지·영상에 그 사실을 표시하도록 하고 위반 시 1천만원 이하 과태료를 규정하며 2023년 12월 신설된 조항이라는 설명 — 링크
  3. 대법원 2020. 7. 16. 선고 2019도13328 전원합의체 판결 — 토론회에서 상대 후보의 질문에 답하면서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을 언급하지 않은 것만으로 적극적으로 반대사실을 공표한 것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취지 — 판례속보: 대법원 판례속보 · 평석 참고: 링크
  4. 대한변호사협회 법률신문 자료, "[대법원 최신판례] 허위사실 공표에 의한 공직선거법위반" — 대법원 2025. 5. 1. 선고 2025도4697 전원합의체 판결(공직선거법위반, 파기환송), 발언의 의미는 일반 선거인의 관점에서 확정해야 하고 연결된 발언 전부가 일반 선거인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며, 문제된 발언이 후보자의 공직 적격성에 관한 선거인의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정도로 중요한 사항의 허위사실에 해당한다고 보아 원심 무죄판결을 파기 — 링크
  5. 서울신문, "'이현령 비현령' 1·2심 널뛰는 '선거법 허위사실공표'…'학력·재산 등 요건 더 명확하게'"(2026.07.28) — 법원이 '전체적인 맥락에서 유권자가 어떻게 받아들였는가'를 기준으로 삼으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심급마다 결론이 달라진다는 지적, 1심 무죄→2심 유죄→대법원 파기환송 사례와 1심 무죄→2심 벌금 300만원→대법원 유죄 확정 사례(이규민 전 의원), 1심 유죄→항소심·상고심 무죄 사례(김진태 전 의원), 이재묵 교수의 '선거 과정의 사법화' 지적과 정태호 교수의 '학력·경력 등 명확히 가릴 수 있는 요건만 남기자'는 의견, 신정훈 의원 개정안이 법제사법위원회 통과 후 1년 이상 답보 상태라는 보도 — 링크
  6. 본 시리즈 제74편 "당선무효형 기준과 선거비용 반환" — 공직선거법 제264조에 따라 당선인이 공직선거법에 규정된 죄 또는 정치자금법 제49조의 죄로 징역 또는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당선이 무효가 된다는 기준선 정리 — 제74편
  7. 대한변호사협회 법률신문 자료, "[헌재 최신판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 및 후보자비방죄" — 헌법재판소 2024. 6. 27. 선고 2023헌바78 결정, 심판대상은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2항(허위사실공표)과 제251조(후보자비방) 중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에 관한 부분, 제250조 제2항은 재판관 전원일치 합헌, 제251조 비방금지 조항은 재판관 6인 위헌·3인 합헌(이종석·이은애·정형식)으로 위헌, 위헌 논거는 진실한 사실에 기초한 비방까지 처벌해 과잉금지원칙 위배·형법 제307조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로 규율 가능·수사 및 소추 위험에 따른 표현의 자유 위축효과, 반대의견 논거는 인터넷 환경에서의 정보 확산과 네거티브 선거운동 활성화 우려 — 링크
  8. 본 시리즈 제69편 "선거범죄 공소시효 6개월"과 제68편 "공전자기록위작죄 성립 요건" — 공직선거법 제268조의 원칙적 공소시효 6개월과 기산일, 2026년 6월 3일 지방선거 기준 만료일 2026년 12월 3일, 형법 제227조의2 공전자기록위작·변작죄의 공소시효 10년 대비 — 제69편 · 제68편
  9. 법률신문, "허위사실공표죄 요건서 '행위' 삭제한 선거법 개정안, 민주당 주도 법사위 통과" —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의,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 구성요건에서 '행위' 삭제, 2025년 5월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위원장 정청래) 통과,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찬성 및 국민의힘 반대, 찬성 측의 '정치의 사법화를 이끄는 대표적 독소조항' 주장과 반대 측의 평등원칙 위반·헌재 합헌 결정 논거 —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