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소에서 우리는 투표용지를 두 장 받습니다.
한 장은 지역구 후보에게, 한 장은 정당에게 던집니다.
그런데 정당투표에서 24%를 얻은 정당이 12석을 가져가고, 3.6%를 얻은 정당이 2석을 가져가는데,
2.2%를 얻은 정당은 한 석도 못 가져갔습니다.
득표율을 그대로 곱한 숫자와도 맞지 않고, 비율끼리 비교해도 어긋납니다.
왜 이렇게 되는지는 공직선거법 제189조가 정한 세 단계 계산을 따라가 보면 드러납니다.
이 글은 ① 누가 의석을 나눠 받을 자격이 있는지(의석할당정당),
② 그 자격을 얻은 정당에 몇 석이 먼저 붙는지(연동배분의석수),
③ 그 합계가 정수를 넘거나 모자랄 때 어떻게 맞추는지(조정의석수·잔여배분의석수)를 조문 순서대로 짚습니다.
그리고 2026년 1월 29일 헌법재판소가 '전국 유효투표총수의 100분의 3'이라는 저지선을 위헌으로 결정한 뒤
이 계산의 첫 단추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국회에 무엇이 남았는지를 정리합니다.
정리일 2026년 9월 5일 · 모든 사실 주장에 출처 표기 · 제92편
이 글을 읽는 법. 확인된 사실(녹색)과 제기된 주장·쟁점(주황)을 구분합니다.
법률 조문과 헌법재판소·선거관리위원회가 공표한 자료처럼 확인되는 내용은 사실로,
제도에 대한 평가와 정치권·법조계의 주장은 '누가 그렇게 말했는지'를 함께 적어 주장으로 표시했습니다.
이 글은 특정 정당의 입장을 지지하지 않으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실제 의석 배분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확정 득표수로 계산하므로, 이 글의 설명은 계산 구조를 이해하기 위한 것입니다.
확인된 사실 — 조문·기관 자료·보도제안·쟁점 — 정치권·법조계 주장
1. '병립형'과 '연동형'은 무엇이 다른가
비례대표 의석을 나누는 방식은 크게 두 갈래로 설명됩니다.
병립형은 지역구 결과와 무관하게 비례 의석만 따로 떼어 정당득표율대로 나누는 방식입니다.
비례 46석이라면 30%를 얻은 정당이 약 14석을 가져갑니다. 계산이 단순합니다.
연동형은 다르게 봅니다. 먼저 정당득표율로 전체 의석수를 정해 놓고,
그 정당이 지역구에서 이미 확보한 의석을 빼서 모자란 만큼을 비례로 채웁니다.
지역구에서 많이 이긴 정당은 비례에서 거의 못 받고,
지역구에서 약하지만 정당투표를 많이 받은 정당이 비례로 보전받는 구조입니다.
우리나라가 2020년부터 쓰고 있는 것은 그 중간입니다.
연동형의 계산을 하되 모자란 만큼의 절반만 채워 줍니다.
계산식 끝에 붙은 ÷ 2가 그 절반이고, 그래서 '준연동형'이라고 부릅니다.[1][2]
참고로 제21대 총선(2020년)에서는 부칙에 따라 비례 47석 가운데 30석에만 연동 계산이 적용되는 상한이 있었습니다. 이 상한은 그 선거에만 적용된 한시 규정이어서, 제22대 총선부터는 비례 의석 전부가 연동 계산의 대상이 됐습니다.[2]
2. 1단계 — 누가 나눠 받을 자격이 있는가(의석할당정당)
계산은 '누구를 계산에 넣을 것인가'부터 시작합니다.
공직선거법 제189조 제1항은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받을 정당을 의석할당정당이라고 부르고,
두 가지 중 하나에 해당해야 한다고 정했습니다.
확인된 사실 — 공직선거법 제189조 제1항의 두 갈래
제1호 — 비례대표국회의원선거에서 전국 유효투표총수의 100분의 3 이상을 득표한 정당.[1]
둘 중 어느 쪽도 충족하지 못한 정당은 정당투표를 아무리 받아도 배분 계산 자체에 들어가지 못합니다.
이 문턱을 흔히 저지조항 또는 봉쇄조항이라고 부릅니다.[4]
이 한 줄이 실제로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드는지는 2024년 제22대 국회의원선거 결과에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정당투표 3.61%를 얻은 개혁신당은 2석을 배분받았고,
2.26%를 얻은 자유통일당과 2.14%를 얻은 녹색정의당은 0석이었습니다.[5]
득표 차이는 약 1.3%포인트인데 의석 차이는 '있음'과 '없음'으로 갈립니다.
저지조항이 '점진적인 불리함'이 아니라 절벽으로 작동한다는 지적이 여기서 나옵니다.
3. 2단계 — 연동배분의석수 산식을 뜯어보기
의석할당정당이 정해지면 제189조 제2항의 계산으로 넘어갑니다.
조문에 적힌 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확인된 사실 — 제189조 제2항 제1호의 연동배분의석수
연동배분의석수 = 〔(국회의원 정수 − 의석할당정당이 추천하지 않은 지역구국회의원 당선인 수)
× 해당 정당의 비례대표국회의원선거 득표비율 − 해당 정당의 지역구국회의원 당선인 수〕÷ 2[1]
산출된 값은 소수점 첫째 자리에서 반올림합니다. 결과가 1보다 작으면 0으로 처리합니다.[1]
식을 항목별로 읽으면 이렇습니다.
국회의원 정수 — 300석입니다.
의석할당정당이 추천하지 않은 지역구 당선인 수를 뺀다 — 무소속 당선인이나
의석할당정당이 되지 못한 정당의 지역구 당선인은 계산의 모수에서 제외합니다.
제22대 총선에서는 이런 당선인이 2명이어서 모수가 298이 됐습니다.[5]
× 득표비율 — 여기까지가 '이 정당이 정당득표율대로라면 가졌어야 할 총 의석'입니다.
− 지역구 당선인 수 — 이미 지역구에서 확보한 만큼을 뺍니다. 이것이 '연동'의 핵심입니다.
÷ 2 — 그 부족분의 절반만 채웁니다. 완전 연동이 아니라 '준'연동인 이유입니다.
구조상 지역구 의석이 많은 정당일수록 괄호 안의 뺄셈에서 깎여 연동배분의석이 0에 가까워집니다.
반대로 지역구 당선인이 없는 정당은 뺄 것이 없어 계산값이 크게 나옵니다.
4. 3단계 — 합계가 안 맞을 때: 조정의석수와 잔여배분의석수
2단계까지 각 정당의 몫을 더하면 비례대표 의석 정수와 일치하지 않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래서 제189조 제2항은 두 가지 보정 절차를 함께 두었습니다.
확인된 사실 — 넘칠 때와 모자랄 때
모자랄 때(잔여배분의석수) — 연동배분의석수의 합계가 비례대표 의석 정수에 미달하면,
잔여배분의석수 = (비례대표국회의원 의석정수 − 각 연동배분의석수의 합계) × 비례대표국회의원선거 득표비율
로 남은 의석을 나눕니다.[1]
넘칠 때(조정의석수) — 합계가 정수를 초과하면,
조정의석수 = 비례대표국회의원 의석정수 × 연동배분의석수 ÷ 각 연동배분의석수의 합계
로 비율을 유지한 채 전체를 정수에 맞춰 줄입니다.[1]
두 경우 모두 정수 부분을 먼저 배정하고, 남은 의석은 소수점 이하 수가 큰 순으로 배분합니다.
소수점 이하가 같으면 해당 정당 사이의 추첨으로 정합니다.[1]
실제로 자주 작동하는 쪽은 조정의석수입니다.
제22대 총선에서도 연동배분의석수의 합계가 비례대표 정수 46석을 크게 웃돌아 조정 단계로 넘어갔습니다.[5]
'모자라는 경우'는 의석할당정당이 아닌 정당이 아주 많이 나와야 생기는 드문 상황이라는 설명이 있습니다.[3]
5. 실제 계산 결과 — 제22대 총선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2024년 제22대 국회의원선거의 비례대표 정수는 46석이었습니다(지역구 254석).
확정된 배분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3%에 미치지 못한 자유통일당(2.26%)·녹색정의당(2.14%)·새로운미래(1.70%) 등은 0석이었습니다.[5]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은 국민의미래와 더불어민주연합입니다.
두 정당은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았기 때문에 산식의 '− 지역구 당선인 수'가 0이었고,
연동배분 단계에서 큰 값을 받았습니다.
지역구를 석권한 모(母)정당은 연동 계산에서 거의 몫을 못 받는데,
비례 전용 정당을 따로 만들면 그 감산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 이른바 위성정당의 구조입니다.
제기된 쟁점 — 계산식이 만든 부작용이라는 평가
준연동형은 소수정당의 원내 진출을 넓히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거대 정당이 비례 전용 정당을 만들어 대응하면서 취지와 반대 방향의 결과가 나왔다는 비판이
학계와 시민사회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3]
대응 방향으로는 병립형 회귀(계산을 단순화하되 연동 취지를 포기),
완전 연동(÷2를 없애 부족분 전부를 채움), 위성정당 방지 규정 신설 등이
정치권에서 거론돼 왔습니다. 어느 쪽도 2026년 9월 현재 입법으로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이 항목은 제도에 대한 평가와 제안이므로 사실이 아니라 주장으로 표시합니다.
6. 2026년 1월 29일 — 헌법재판소가 3% 저지선을 위헌으로 판단하다
1단계의 문턱이 2026년에 흔들렸습니다.
헌법재판소는 2026년 1월 29일 2020헌마956, 2024헌마271(병합) 사건에서
공직선거법 제189조 제1항 제1호, 즉 '전국 유효투표총수의 100분의 3 이상'이라는 요건을 위헌으로 결정했습니다.
확인된 사실 — 헌재 2026. 1. 29. 2020헌마956 결정
사건명은 '비례대표국회의원 의석할당에 관한 저지조항 사건'이고, 주문은 위헌·각하입니다.[7]
심판대상은 공직선거법(2020. 1. 14. 법률 제16864호로 개정된 것) 제189조 제1항 제1호입니다.[7]
「공직선거법」 제189조(비례대표국회의원의석의 배분과 당선인의 결정·공고·통지) — 제1항 의석할당정당 요건(제1호 전국 유효투표총수의 100분의 3 이상 득표, 제2호 지역구국회의원선거에서 5 이상의 의석), 제2항 연동배분의석수 산식과 소수점 첫째 자리 반올림·1 미만 0 처리, 잔여배분의석수 산식, 조정의석수 산식, 정수 우선 배정 후 소수점 이하 큰 순 배분과 동수 시 추첨 — 국가법령정보센터 조문
나무위키 '연동형 비례대표제/대한민국' — 제189조 제2항의 연동배분의석수·잔여배분의석수·조정의석수 계산식 인용, 제21대 총선에서 부칙에 따른 연동 상한(30석) 적용과 그 상한이 이후 선거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설명 — 링크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22대 총선] 의석수 계산법' — 1단계 의석할당정당 확인(정당득표율 3% 이상 또는 지역구 5석 이상), 2단계 연동배분의석수 산정과 소수점 첫째 자리 반올림·1 미만 0 처리, 초과 시 조정의석 배분과 미달 시 잔여의석 배분의 구분, 잔여의석이 실제로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설명 — 링크
법률신문(2026.01.29) '[결정] 비례대표 의석 배분 3% 봉쇄조항 위헌… 헌재 "거대 양당만 강화, 사표 양산"' — 2026년 1월 29일 선고, 재판관 7대 2, 저지선을 넘지 못한 정당에 대한 투표가 사표가 되어 투표가치가 왜곡되고 거대 양당의 세력만 강화된다는 법정의견의 취지 — 링크
위키백과 '대한민국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비례대표' — 비례대표 정수 46석(종전 47석에서 감소), 의석할당정당이 아닌 정당의 지역구 당선인 2명으로 계산 모수가 298석이 된 점, 3% 미만 득표 정당(자유통일당 2.26%·녹색정의당 2.14%·새로운미래 1.70% 등)의 의석 0석 처리 — 링크
헌법재판소 판례정보 '비례대표국회의원 의석할당에 관한 저지조항 사건' 2020헌마956, 2024헌마271(병합), 2026. 1. 29. 선고 — 주문 위헌·각하, 심판대상 공직선거법(2020. 1. 14. 법률 제16864호로 개정된 것) 제189조 제1항 제1호, 법정의견 7인은 평등선거원칙 위반으로 선거권·피선거권·평등권 침해 인정, 반대의견 2인 — 링크
법률신문 로펌 해설(대륙아주) '「공직선거법 제189조 제1항 제1호 위헌확인」 결정의 내용과 시사점' — 결정형식이 단순위헌이라는 점, 명문 저지선이 사라진 뒤에도 산술상 1~2% 수준의 자연적 진입장벽이 남는다는 분석, 국회가 '전국 득표율 1%'나 '지역구 3석' 수준의 완화된 저지조항을 신설하는 방안을 선택지로 든 전망 — 링크
본 시리즈 제85편 '헌법소원 청구 방법과 기간', 제88편 '재선거와 보궐선거 차이', 제91편 '선거소청 청구 방법' — 헌법재판소 심판 청구 절차, 의석 공백이 생겼을 때의 재선거·보궐선거 구분, 선거 결과를 다투는 소청·소송 절차 등 이 글과 이어지는 제도 설명 — 제85편 · 제88편 · 제91편